본문 바로가기

일상으로의 초대/마음속에 담은 글

마츠모토 이즈미의 오렌지로드 극장판에 대한 감상

마츠모토 이즈미의 오렌지로드 극장판에 대한 감상.

이 글은 오렌지로드의 작가 마츠모토 이즈미가, 홈페이지 wave studio에 극장판 영화에 대한 감상과 뒷얘기들을 올린 것입니다. 세월이 지나가 이제는 별 의미가 없는 얘기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예전 '그 날로 돌아가고파(あの日に帰りたい)'를 보면서 느꼈던 묘한 위화감이 근거없는 것은 아니었다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분이 번역하신게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구글해봐도 안 보이길래 염치불구하고 올려봅니다. 어디까지나 마츠모토 본인의 주관적인 '케케묵은 뒷얘기 타령'일뿐이지도 모르지만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글을 저자 동의없이 번역해서 올린 것도 명백한 저작권 저촉행위입니다. 제 범죄를 널리 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개게시판에 전체내용을 퍼가시는 건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왜 나는 '그 날로...'를 싫어하는가?

1996.12.21
2002.6 일부 가필 수정


나는 토호(東宝)가 만든 내 작품 '변덕쟁이 오렌지★로드(きまぐれオレンジ★ロード)(이하 '오렌지 로드')'의 극장판 '그 날로 돌아가고파(あの日に帰りたい).(이하 '그날로...')'가 싫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영화관계자는 그 누구도 내가 '저 애니를 정말 싫어한다.'는 사실을 대다수의 '오렌지 로드'팬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슈에이샤(集英社)도 마찬가지. 나는 10년 가까이 일관되게, 똑같은 말을 해왔는데도 말이다.
"저 작품은 '오렌지 로드'가 아냐."라고.

뭐, 애니회사가 '자사의 애니를 원작자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공공연히 밝힐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덕에 팬들은 원작자가 당연히 저 애니를 마음에 들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저 애니의 내용을 허용한 것이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마츠모토는 ('그 날로...'를)칭찬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되어 그런 얘기가 된 걸까?

이런 일은 원작팬들 사이에서도 빈번하다. '그 날로...'애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원작과 다르다.'고 비판하는 것을 반박하기 위한 절호의 논거로, '그 날로...'옹호파들이 (위의 주장을)쓰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 애니가 제작된 뒤에도, 내가 그 애니에 관련된 테라다씨와 함께 소설 등을 발표했기 때문에, 오히려 '원작자는 '그 날로...'를 좋아한다.'고 생각되어지는 모양이다. 그 테라다켄시(寺田憲史)씨마저 내가 그 애니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추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마츠모토씨도 ('그 날로...'를)마음에 들어합니다."라는 얘기를 어느 잡지 인터뷰에서 발언하기까지 했다.

테라다씨. 어째섭니까?!

나는 이번 기회에 그 애니에 대한 정직한 감상과, 어째서 저 애니가 발표되게 되었는가를, 내 나름대로의 입장과 사정을 설명하고 싶다.
그리고, 이 일을 반성하며, 언젠가는 좀 더 제대로 된 내 나름의 '오렌지 로드'의 애니판 최종화를 내 손으로 다시 만들어내고 싶다.



-------------------------------------------------



케케묵은 얘기라서 죄송하지만, 왜 '오렌지 로드'의 극장판 애니 '그 날로 돌아가고파.'는, 나 마츠모토 이즈미의 원작만화 '오렌지 로드'와 라스트씬이 다른 것일까. 그 영화를 본 독자 여러분 중에는 이렇게 생각하신 분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뭐, 대개 오리지널 만화는 원작자인 만화가가 만들어내는 것이고, 애니는 만화가가 아닌 애니의 스태프들이 만드는 것이므로 본래 별개의 것으로 만들어지는게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날로...'를 본 사람들로부터 위와 같은 질문을 많이 들었기에, 그 점에 대해 원작자인 내가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얘기해보고 싶다. 길고 딱딱한 얘기이지만 들어주길 바란다.

1988년 9월, 만화 '오렌지 로드'는 '소년 점프'지상에서 거의 돌연하게 연재를 끝마쳤다. 당시는 TV애니도 아직 방영되고 있는 도중이었고, 그 유명한 '소년점프'의 '앙케이트10주돌파제'(역주: 소년점프에서 채택하고 있는 서바이벌 방식의 경쟁체계)에서도, 연재중단을 당할만한 저순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건강상태의 문제로 인해. 이 작품의 수많은 관련자분들께 많은 폐를 끼치면서 종료를 맞았다.

모든 것은 자신의 건강관리를 똑바로 하지못한 내 어리석은 행동과, 작품제작에 관해 타협할 수 없었던 이 마츠모토 이즈미의 아마추어적 어리광이 빚어낸 결과였으나, 가장 실망을 했던 것은 당시의 독자 여러분이었으리라.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그 당시의 내 정신상태나 환경, 사정에 관해 적자면 길어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언급은 다음 기회로 하고 싶다. 솜털이 곤두설만큼 두려운 일들이 여러 가지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결코 초자연현상 같은 일이 아니라, 훨씬 현실적인 '만화계의 무서움'을 얘기한다.)

그러나, 당시의 내 심경을 말하자면 그 시점에서 연재를 원만하게 종료해 나가고 싶었다. 그것이 '마도카'나 '쿄스케' '히카루'를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마음 속으로 '앞으로 30~50화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고위층의 편집자에게 '그러면, 나머지 5화로 끝내는 걸로 편집회의에서 결정되었습니다.'라는 편집회의의 결정사항을 통보받고,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소년 점프'에 연재된 최종화는 설명부족의 어정쩡한 상태, 나중에 나올 단행본에서 대폭적으로 가필하려고 하였으나, 편집자가 좀처럼 그리게 해주질 않았다. "마츠모토씨, 그런 끝나버린 만화보단 빨리 다음 신작을 그리세요!" "하지만, 전 오렌지 로드를 제대로 가필하는게 급합니다. 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편집자왈 "그럼, 최종화를 덧그린 단행본의 발매는 3개월 늦추도록 하죠. 그러니까 이쪽을 먼저 그려주세요."라며, 신작의 권유를 몇 번이나 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라스트신에 수정을 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신작을 그려주는 것의 교환조건이 '오렌지 로드' 18권의 발매연기라고? "발매를 연기해드리죠. 나중에 마감을 신경쓰지않고도 천천히 손을 대실 수 있으니까, 그 편이 낫겠죠."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

18권을 연기당하고 그린 것이 '애플즈'와 '하트 오브 새터대이나이트'이다. 이 작품을 그려야만 했기에 그 결과로, 18권 가필은 늦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실제로 완성된 최종화가 수록된 18권째만, 통상발매스케쥴보다 5개월이상 늦어지게 된다. 어째서 발매가 늦어졌는지 이걸로 아실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즈음 애니메이션 쪽에서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영화에서 벌써 만들고 있다고 하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왔다. 이른바 내 '사실상 아직 미발표인 라스트 부분'을, 모르는 새에 나 이외의 누군가가 그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빨리 가필수정한 18권을 내게 해 달라고...
그 작품이 '그 날로 돌아가고파'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그 영화의 공개 전에 애니의 감독과 프로듀서를 딱 한 번 만났다. 난 , 날 담당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소년 점프'의 새 편집자와 둘이서 애니메이션 관계자들과 만났다.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할 때는 단 한 사람의 편집자가 거의 4년 동안이나 바뀌지 않고, 나와 둘이서 그 스토리를 매주 빚어내왔던 것이다. 마침 그 때가 연재 종료 뒤에 처음으로 내 담당편집자가 바뀐 직후였다. 즉 새 담당자는 햇병아리였다.

내 작업실이 있는 역앞의 찻집에서 애니의 스태프, 토호 관계자, 대리점의 사람들, 그리고 나와 슈에이샤에서 온 햇병아리 새 담당자 한 명이 만나게 된 것이다. 분명히 그 제작중인 영화의 시나리오인가 콩티인지를 담당편집자에게서 1주일 전에 처음으로 넘겨받고 그 내용에 놀란 내가, '어쨋든지 간에 애니 관계자와 얘기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 시나리오를 이 자리에서 밝힌다. 아마 원작 오렌지 로드 팬이 알게 된다면 격노할만한 것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나도 실제로 격노했고. 그래도 영화의 완성판은 그 독기를 반 이상 뺀 것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초고 시나리오보다는 훨씬 제대로 된 물건이었으니까(웃음). 그래서 '그 정도'가 된 것이다. 내가 크레임을 걸기 전의 내용을 적어본다.

쿄스케, 히카루와 키스, 마도카, 격렬한 질투를 일으켜 쿄스케를 다그침. 마도카, 히카루를 증오한다. 마도카, 자신이 놓인 처지를 괴로워하며 운다. 완전히 자신의 입장 밖에 보이지 않는 마도카. 쿄스케, 히카루를 찬다. 이하 영화와 같은 내용. 마지막에 히카루를 철저히 무시하고, 엄청나게 혐오당할만한 대사-공개된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한 대사-를 히카루에게 내뱉는 쿄스케. 그 길로 마도카에게 달려가, 그(히카루를 찬) 상황을 보고한다. 마도카, 그것을 듣고 안도하며 쿄스케에게 SEX를 허락. 두 사람만의 행복에 젖는다.

어떤가? 이 스토리에 '오렌지 로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나는 그 자리에서 그 애니 감독과 상당히 격렬한 말싸움을 했다. 미안하지만 그 시나리오는 내 안에 있는 '마도카'나 '히카루'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나는 이런 식으로는 그리지 않고, 그리고 싶지도 않은, 그런 느낌의 글이었다. 완전히 중년의 망상작문. 정상적인 중고생만 되어도 이런 내용으로는 적지 않을 걸. 거기에다 이런 영화에 '원작자'로서 내 이름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웃기지도 마시오!" 난 그렇게 소리쳤다.


그 자리에서 얘기를 나눈 끝에, 그 감독에게 정중히 부탁하여 시나리오의 일부를 수정하게 되었지만, 상대측은 한 마디로 '뭘 이제와서...'라는 반응이었고, 이제는 시간적으로나 내용적으로도 아슬아슬한 선에서의 변경 밖에 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렇기에, 이쪽에서 원하는 스토리 노선으로는 최저한의 것일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작화에 들어가 있기에 감독이라고 해도 변경하기가 쉽지 않은 시기였던 모양이다. 그 감독은 "왜 고치려면 고칠 거라고 빨리 말해주지 않았나?" "시나리오는 몇 달 전에 완성되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마츠모토 이즈미씨에게 체크를 거친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라고 분개했었지만, 나는 "며칠 전에 처음으로 이 시나리오를 보았다."라고 대답했다. 그 시점에서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건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면 어째서 그 몇 달 전에 완성된 애니 시나리오가 내게는 일주일 전에야 겨우 도착하게 되었던 것인가?

어쨋든 애니 스탭의 손을 떠나 내 손에 오기까지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 지금 와서는 정확하게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애니프로덕션에서 광고대리점을 지나 출판사의 창구에 그리고 만화가의 담당편집자를 거쳐 겨우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담당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연재중의 베테랑 담당자가 아니라 이제 막 인계를 받은, 오렌지로드의 2차저작권관리의 업무에 대해 나와의 협의가 적었던 사람이라서, 전달과정의 미숙으로 인해 어딘가에서 시나리오가 정체되어 있었던 것이리라.

한편 내가 집요하게 애니의 수위조절을 고집하는 것을 본 새 담당은 내게 "모두 바쁠 테고, 이미 제작에 들어가 있다면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 정도면 됐잖아요. 그 시나리오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구요."같은 뉘앙스의 말을 했다. "오렌지 로드는 이정도면 됐잖습니까. 독자들은 연재가 끝난 만화보다 차기작을 기대하고 있다구요! 차기작 어떻게 하실래요? 신작을 궁리해보자구요." 당시의 점프에는 어느 편집자든지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뿐이었다.

당시의 애니 제작관계자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오시이 마모루가 '우르세이 야츠라'를 자신의 실험 애니로 변신시켜 명성을 올린 것처럼, 그들은 극장판 오렌지 로드를 자신들의 '뷰티풀 드리머'로 만들어내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 스스로 자기 입으로 '찬반양론을 노리고 있다.'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아마도, 이 애니를 공개하는 것으로, 원작 팬으로부터의 상당한 반발을 받을 것도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라.
즉, 내게는 '원작을 부정한다.'는 말과 같게 들렸다. 그 자리에서 감독이 말하는 '이 애니에 대한 방침'이란, "이 애니로 대담한 실험을 하고 싶다." "진짜 연애란 좀더 끈적끈적하고 지저분한 것이다. 그것을 추구해 보고 싶다." "내 연애체험담도 이런 것이었다."라는 말들이었다.


이봐, 당신의 사생활의 외롭고 개인적인 연애관체험담(쓴웃음) 따위가 어찌되든지 난 상관없다구. "그렇다면 그런 건 '오렌지로드'로 하지 않아도, 당신들의 오리지널 작품에서 표현하면 되잖아요."라는 말이 목까지 치밀어 올랐다.
'모치즈키 군의 삼각관계 청산기'라든가
'테라다 군의 히카루 애화'라든가, 그런 제목을 붙이면 어떻겠소? 라고.
또 하나 신경에 걸리는 건, 그 감독은 거의 같은 시기에 '메존일각'최종화 영화판의 감독에도 손을 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난 그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들은 말로는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해피엔드로 끝을 맺었다고 한다.

(저쪽에서 한 것과는 정반대인 걸 해보자)

그렇게 감독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어쩐지 난 알 수 있었다. 내 자신을 바보로 취급하고 있는 듯한 태도도 은근히 느껴졌다. 한마디로 말해 "내가 하면, 이렇게 한다."라는 태도였다. 그 덕에 난 상당히 열이 뻗쳤다. 애니계의 인간들은 다 이런 놈들뿐인가...

그러나 말이다. 멋대로 그런 실험을 내 작품에 적용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제발 적당히 좀 하란 말야. 그 감독은 그 세계의 선배인 오시이 마모루에 대해 뭔가 상당한 라이벌 의식, 컴플렉스 같은게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제작태도는 원작이 있는 애니의 의무인, 객관적인 시점에서 오렌지로드의 팬이 마도카나 히카루에게 뭘 기대하고, 영화에 뭘 원하고 있는가를 배려하며 제작에 임한다는 자세는 털끝만큼도 없이. 원작이 있는 애니가 누리는 권리만을 이용해 제작자측의 변칙적인 연출을 도입해 '오렌지 로드 팬, 혹은 다른 애니 팬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신들을 어떻게 평가해 줄 것인가.'하는 것에 오렌지 로드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본래의 팬들의 심리를 생각하지 않는, 제작자 측의 이기적이고 자기 본위의 생각밖에 없는 실험애니와 마찬가지인 기분이 들었다.

리얼한 삼각관계의 종연을 "내가 하면, 이렇게 한다."식으로, 단순히 멋 부리며 그리고 싶었던 것 뿐이고, 그렇게 그린 자신들이 업계나 애니팬으로부터 어떠한 반응을 이끌어 낼 것인가...두근거렸던 것 뿐인가?
그들에게 있어서 '마도카'나 '히카루' '쿄스케'가 아니라도 좋았던 것은 아닌가? 단지 우연히, 그 때 오렌지 로드가 손 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인지?

거기에 더해 모치즈키씨는, TV시리즈의 방영중에 원작만화가 끝나버린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었던 것일까? TV시리즈도 원작만화가 점프에 연재되고 있었던 때인 전반과, 종료한 뒤인 후반을 비교할 때 완전히 '의욕'이 사라져 있었다는 게 TV를 봐도 느껴졌다. 내가 너무 깊이 생각한 것일까? 어쨋든 나는 그 분개를 그 자리의 애니 스탭들의 분위기에서 숨막히게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건 그 자리의 애니 관계자뿐만이 아니었다. 점프에서는 작품의 주간연재 종료시에는, 언제나 담당자가 주관하는 '쫑파티'라는 것이 어느 연재만화에든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오렌지 로드의 연재종료 때에는 어느 것 하나 종료기념행사같은 것이 없었다. 뭔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군."하는 담당자의 딱딱해진 태도 뿐이었다. 그 때 점프는, TV국이나 여러 방면에서 뭔가의 책임을 추궁당한게 아닐까? 담당은 "그런 처리는 위쪽에서 합니다."와 비슷한 뉘앙스로 말하고 있었다. 그 뒤 곧바로 담당자가 변경되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채,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매주 그려오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를 호소했을 때, 들은 얘기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가 아니라 점프 편집부의 경멸하는듯한 태도 뿐이었다.

지금 와서는, 나도 당시 편집자의 심경이 이해된다. 실제로 나는 COMIC ON의 편집자이니, 작가에 대해 '바보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이해된다. 편집자는 전혀 책임이 없는데도 책임을 추궁당하는 입장이니 말이다.
마감을 지키지 못하는 만화가나, 재미없는 이야기밖에 못 그리는 바보같은 만화가들과 어울리는 것은 정말로 짜증나는 일이고, 무엇보다 독자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공헌해봤자 어디까지나 작가의 보조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편집자라 해도, 마감시간과 라이벌과의 인기 경쟁이라는 프레셔의 채찍으로 얻어맞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생활 밖에 주어지지 않는 일상에서,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똥싸는 것도 좁디 좁은 토끼굴같은 폐쇄공간에서 처리해야 하고. 어시스턴트와의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에 견뎌가며 한계점까지 줄어드는 수면시간 때문에 체력과 정신을 갉아 먹다가 완전히 소모해버린 끝에, 좋아하는 만화를 종료시킬 수 밖에 없는 만화가의 마음도 정말 괴롭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뭐, 그걸 견디는 것이 프로 만화가고 프로 편집자겠지만.


여담이지만, 당시. 겨우 극장판 애니가 완성되었지만, 그 시사회에서 배부된 팜플렛에는 감독이나 캐릭터 디자이너의 코멘트는 실려있었지만, 제작측은 원작자인 나에게는 한 마디의 코멘트도 요청하지 않았다. 그것은 애니 잡지의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내게 코멘트 의뢰같은 건 전혀 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떠들고 싶은대로 마음껏 떠들었지만, 마지막으로 오렌지로드의 최종화에 대한 내 생각을 적고 싶다.


오렌지 로드는 연애와 우정의 사이에 세워진 쿄스케의 마도카의 갈등이 이야기의 메인스트림이다. 그리고 쿄스케와 마도카는 어떤 최종결단을 내리는가가 이 이야기의 종착점인 것이다. 이 부분을 애니 제작자는 잘 이해하지 못한 모양인데...

알았습니까!?
쿄스케 뿐만이 아니라, 마도카도 어떤 결단을 내리는가.
둘 모두의 결단, 선택이라는 플롯이 있는 것이라구요.
쿄스케 혼자만의 결단으로는 이 이야기는 진전할 수 없어요.

최종적으로, 우유부단하지만 쿄스케는 마도카에게 고백하나...
마도카는 쿄스케보다는 히카루와의 우정을 우선하는 걸 택하는 것이다!
마도카에게 있어서 히카루와의 관계는, 쿄스케와의 연애보다도 중요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마도카가 깨닫고 히카루와의 우정을 선택하여, 자신은 물러난다.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다.
마도카는 그런 여성이다.

누구나가 사춘기를 지니고 있다, 순수한채로 있고 싶다는 정신, 그것은 보석보다도 아름답고, 불꽃보다도 스러지기 쉽다. 모두를 정말로 좋아하기에 괴로운 것이고, 상처 받는 것이다.

히카루는 누구보다도 마도카의 마음을 깨달았을 터. 자신이 지금까지 독점해온 쿄스케, 그러나 마도카 역시 쿄스케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러나 히카루를 위해 물러나려는 마도카의 안타까운 결심. 그 마도카의 마음을 히카루가 알았기 때문에...

히카루는 쿄스케와 마도카의 사이를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종화의 마도카, 히카루가 서로를 끌어안는 컷을 보라!

마도카도 쿄스케도 히카루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은 몇 년간, 그것을 제일 두려워 하고 있었다. 히카루에 대한 양보, 상냥함. 히카루는 그것에 화가 난 것이다. 그래서 쿄스케의 뺨을 때린 것이다.

뺨 한 대로 넘길 수 있는 것인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은가?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 보는 사람의 불쾌감을 이끌어 내는 게 프로의 일인가?

오렌지 로드에서는 '누가 누구하고 들러 붙느냐.'는 결과보다, 이런 과정을 밝고 애절하게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있을법하지만 좀처럼 찾기 힘든, 인간관계의 판타지로서.
픽션은 이상세계여야만 한다. 이상이기 때문에 그 안의 사람들은 빛나 보이는 것이다.
마도카, 히카루는 천사다. 감독의 현실의 연인이 아니라구.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천사의 광휘에 웃고, 눈물을 흘린다.
그런 얘기가 완성되었을 때, 우리들 작품제공자는 지복의 대가를 얻는 것이다.

200만명의 팬 앞에, 현실의 자신의 추접하고 슬픈 사생활 체험담을 그대로 늘어놓지 말란 말이다! 부끄럽지도 않나. 남의 작품을 그런데 맘대로 쓰다니.
이것이 그 영화에 대한 솔직한 감상이다.

내가 그리고 싶었던 것.
쿄스케와 마도카, 히카루와의 현실적인 육체관계보다도 그리고 싶었던 시츄에이션은, 오렌지로드를 사랑해준 만인의 독자와 내가 자아낸 꿈의 세계였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 사실을 저 대단한 아다치 미츠루씨나 타카하시 루미코씨의 작품들이, 그리고 내 자신의 외로운 사생활이 반면교사가 되어 내게 가르쳐 준 것이니까.


마츠모토 이즈미